여행은 늘 제 삶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기 전에는 도시 여행을 좋아했습니다.

일본 골목길을 걷는 것도 좋아했고, 홍콩의 야경을 보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뉴욕과 유럽 여행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하루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쇼핑을 하고, 예쁜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갈 때면 짐도 많았습니다.
날씨에 따라 입을 옷, 사진을 위해 준비한 옷, 신발까지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캐리어는 금방 가득 차곤 했습니다.
그런데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한 뒤 여행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여행의 목적이었습니다.
여행의 중심이 관광지에서 바다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여행지를 정할 때 유명 관광지나 맛집을 먼저 찾아봤습니다.
지금은 가장 먼저 바다를 검색합니다.
어떤 포인트가 있는지,
조류는 어떤지,
거북이를 만날 수 있는지,
산호 상태는 어떤지,
다이빙샵은 믿을 만한지부터 확인합니다.
이번 보홀 여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유명 맛집도 아니고 쇼핑몰도 아니었습니다.
발리카삭의 바다와 중성부력 스페셜티 교육이었습니다.
몇 년 전 처음 보홀에서 체험다이빙을 했던 순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캐리어 속 주인공이 옷에서 장비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옷이 여행 가방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하루에 두 번 갈아입을 옷도 챙기고, 사진 찍을 때 입을 옷도 따로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캐리어를 열어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BCD와 호흡기, 핀입니다.
다이빙 장비를 넣고 나면 옷이 들어갈 공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짐이 줄었습니다.
이번 보홀 여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옷은 최소한으로 챙겼고 신발도 하나만 가져갔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에 대한 집착도 줄었습니다
예전 여행 사진을 보면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다이빙 여행에서는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아침부터 바닷바람을 맞고,
보트 위에서 햇빛을 받고,
마스크를 쓰고 물속에 들어가면 준비한 헤어스타일은 금방 사라집니다.
메이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신경을 썼지만 지금은 훨씬 편하게 생각합니다.
오히려 바다에서 무엇을 만날 수 있을지, 오늘 컨디션은 괜찮은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밤 문화보다 수면이 중요해졌습니다
예전 도시 여행에서는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야경을 보고, 늦은 시간까지 맛집을 찾아다니고, 여행지의 밤 분위기를 즐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다이빙 여행은 다릅니다.
하루 3탱크 다이빙을 마치고 장비를 세척하고 샤워를 하면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동료 다이버들과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졸음이 몰려옵니다.
사실 해외여행을 가면 맥주 한잔하며 늦게까지 놀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좋은 컨디션으로 다이빙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래서 다이빙 여행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찍 잠드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보홀에서도 대부분의 다이버들이 비슷했습니다.
생각보다 모두 다이빙에 진심이었습니다.
여행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여행이 끝나면 어떤 관광지를 다녀왔는지 기억했습니다.
어떤 박물관이 좋았는지,어떤 맛집이 맛있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어떤 거북이를 만났는지,
어떤 산호가 인상적이었는지,
중성부력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됐는지,
어떤 버디와 함께 다이빙했는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보홀 여행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쇼핑몰이나 식당이 아닙니다.
웨이트 세팅이 맞아떨어지면서 중성부력이 편안해졌던 순간,거북이가 여유롭게 쉬고 있던 모습,
잭피쉬 무리가 우리 주변을 맴돌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다이빙은 여행을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잃은 것도 있습니다.
화려한 여행 계획,많은 쇼핑,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일정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대신 얻은 것도 많습니다.
여행의 본질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컨디션으로 바다에 들어가고,안전하게 다이빙하고,그날의 경험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이 오히려 단순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생각보다 편안했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은 단순히 새로운 취미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제 여행 방식 자체를 바꿔 놓았습니다.
도시의 화려한 야경보다 바다의 푸른 풍경을 기다리게 되었고,쇼핑보다 장비를 챙기는 일이 중요해졌으며,
늦은 밤의 즐거움보다 다음 날 첫 다이빙 컨디션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보홀에서 처음 바다를 만난 이후 지금은 92로그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스쿠버다이빙은 제가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꽤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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